Mensagens do blog por emma dobie

Todo o mundo

겨울 초입, 기숙사 방이 건조하다는 걸 뺨이 당겨오기 시작하면서 체감했습니다. 새벽까지 실험 마치고 돌아오면 방은 퍽퍽하고, 감기 기운은 한없이 오래 갔습니다. 결국 조그만 가습기 하나를 들여놓기로 했습니다.

비싼 건 필요 없었고, 그냥 탁상용으로 작동만 잘 되는 제품이면 충분했습니다. 마침 커뮤니티 중고 게시판에 딱 그런 조건의 가습기가 있었습니다. 사진도 깔끔했고, ‘개봉 후 미사용’이라는 설명에 사용감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가격도 정가 절반이었고요.

평범했던 거래, 평범하지 않았던 결말

판매자와 연락은 빨랐고, 바로 택배로 보내 주겠다는 말에 그날 저녁 바로 입금했습니다. 계좌도 실명과 같았고, 확인 문자도 받았습니다. 이틀 뒤, 박스가 도착했고 겉보기엔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설명서도 들어 있었고, 겉면엔 스티커도 붙어 있었기에 처음엔 잘 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용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같은 층 친구가 저랑 똑같이 생긴 가습기를 들고 와서는 “혹시 이거 너한테 산 사람한테 샀어?”라고 묻더군요.

그 말에 저는 조금 놀랐고, 두 사람이 받은 제품이 정말 완전히 동일한 모델임을 확인했습니다. 포장 방식, 구성품 위치, 제품 겉 흠집까지도요.

셋째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사흘쯤 지나고 또 다른 룸메가 가습기 얘기를 꺼냈습니다. 자기도 정가 3만 원짜리 제품을 1만 5천 원에 샀는데, 제품 사진이 제가 받은 것과 똑같았다고 했습니다.

우린 셋이 모여 가습기를 나란히 두고 비교했고, 충격적이게도 시리얼 넘버가 전부 같았습니다. 그제야 이건 정상적인 중고 거래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게 됐습니다.

판매자가 같은 사진을 복사해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판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직접적인 사기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불쾌하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름만 알던 먹튀위크, 처음 써봤습니다

누군가 ‘이런 경우도 사기에 해당하냐’고 물었다면 예전 같았으면 고개를 갸웃했을 겁니다. 하지만 직접 겪고 나니, 이런 식의 반복 판매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셋이 모여 판매자 계좌번호 뒷자리를 먹튀위크에 검색했습니다. 같은 번호로 등록된 신고글이 이미 하나 있었습니다. 심지어 모델도 같았고, 택배 상자에 붙은 송장 사진까지 복사된 듯했습니다.

저희는 바로 글을 하나 더 올렸고, 받은 제품 사진과 시리얼 번호, 택배 박스 상태까지 정리해서 덧붙였습니다.

가습기는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 가습기는 잘 작동합니다. 물도 잘 나오고, LED도 반짝이고, 기능상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묘한 생각이 듭니다. 이 물건이 몇 사람에게 동시에 ‘내 것’처럼 전달됐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렴하게 산 것도 맞고,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다음부터는 다르게 행동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제품 상태만 보는 게 아니라, 게시글이 올라온 시간, 사진이 다른 글에 쓰였던 적이 있는지도 꼭 확인하게 됩니다.

먹튀위크에 남긴 먹튀 글도 여전히 조회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보고 거래를 멈출 수도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번 일에서 그나마 남은 가치를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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